[2018 제주愛 빠지다] (14)꿈꾸는 고물상

방치됐던 감귤창고가 이주예술인 둥지로

문미숙 기자 / ms@ihalla.com    입력 2018. 10.11. 00:00:00

꿈꾸는 고물상 작가들은 올 여름 남원읍 하례리 마을에서 진행한 '하례내창 순간에 만나다'프로젝트에서 '별씨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사진=꿈꾸는 고물상 제공
2012년 빈집 프로젝트로 출발해 벼룩시장·영화제 등
마을주민과 생태하천 효돈천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도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1리 마을안에 '꿈꾸는 고물상'이라는 문패를 단 초록색 창고가 있다. 제주로 이주한 젊은 문화예술인 예닐곱이 예술활동을 하면서, 소소하지만 즐거운 무언가를 찾아 일을 벌이는 아지트다.

이가영, 이치웅씨를 축으로 염정은, 유광국, 박종진, 이현태, 유희종씨 등 각기 다른 문화예술 분야서 활동하던 이주작가들이 꿈꾸는 고물상을 중심으로 소통하기 시작한 출발점은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지원하는 2012년 '빈집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빡빡한 도심생활과는 환경이 너무도 달랐던 제주가 좋아 제주로 터전을 옮긴 예술인들은 창고를 빌려 폐목재와 고물 등을 재활용해 만든 공간에 '꿈꾸는 고물상'이란 이름을 내걸었다. 누군가에게는 쓸모없어 고물로 취급받는 것들이 훌륭한 창작재료가 되고, 또다른 누군가에게는 보물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꿈꾸는 고물상에서는 여러 중고물건이 새주인을 만나는 '벼룩시장'에서부터 감귤밭 한가운데서 '보물섬 모닥불 영화제', 저녁시간 효돈천에서 '환상단편야외영화제' 등 마을사람들과 어울리며 일상의 즐거움을 찾아가는 작업들이 펼쳐졌다. 또 크고작은 마을행사가 열릴 때면 주민들의 생각에 작가들이 예술가적 기질과 감수성을 덧대 풍부한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마을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프로그램인 '하례나비스타 보물클럽'은 반응이 뜨거웠던 프로젝트로 꼽힌다. 짧게는 2~3주, 길게는 몇달동안 토요일마다 모여 놀이형 예술체험을 하는 학교밖 프로젝트로 20여명의 아이들과 어떻게 재미있게 놀까를 기획하고 보물찾기, 요리, 하천활동을 이어갔다.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마을의 보물인 효돈천은 꿈꾸는 고물상 작가들이 마을주민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벌이는 주된 무대가 된다. 하례리 생태관광마을협의체에서 2015년부터 여는 하례내창축제 '내창끝에 뭐 이싱고!'에서 고물상 작가들은 '내창극장 푸른하례☆ 은하수''소랑소랑탕탕-내창 물소리 이야기' 프로젝트를 통해 효돈천이라는 공간을 새롭게 발견하는 작업을 한다.

"남원읍의 17개 마을이 함께 하는 남원읍민 한마음체육대회때 하례1리 주민들과 함께 진행했던 '동물들의 행진' 프로젝트도 기억나는 작업"이라고 이치웅씨는 꼽는다. 효돈천이 품고 있는 생명체인 개구리, 달팽이, 도마뱀, 사슴벌레, 까마귀 등의 캐릭터로 분장해 행진했는데, 보물창고에 모여 머리를 맞대고 동물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의상·소품·분장까지 서로의 생각과 영감을 나누던 과정이었다.

"초반에는 꿈꾸는 고물상이 열린 공간을 추구했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형편에 따라 열고 닫히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다"는 이가영씨. 하지만 거창하진 않더라도 여러 작업들을 함께 한 마을 아이들의 이름을 꿰차고, 어르신들의 제주어도 이젠 익숙한 하례1리 주민으로 살면서 일상이 더 재미있고 두근거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한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