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제주愛 빠지다] (11)글로벌제주문화협동조합

20대 청년 농부들 마을에 재능을 입히다

이상민기자 / hasm@ihalla.com    입력 2018. 09.27. 17:16:01

"저희들만의 힘으로 일궈낸 것이 아닙니다. 마을분들이 없으면 저희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

서귀포시 대정읍 최남단해안로를 따라가다 보면 도로 한 켠에 문을 활짝 열어놓고 마을 농산물을 판매하는 직판장이 나온다. '알뜨르농부시장'이라고 이름 붙은 이 곳은 원래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1리 마을에서 운영할 예정이었지만 주민들은 제주로 이주한 20~30대 젊은 청년들에게 직접 수확한 농산물을 맡겼다.

글로벌제주문화협동조합 이성빈 이사는 "다른 지역에서 청년들을 모아 마늘 수확, 감귤 따기 등 마을 일을 돕기 시작했을 땐 주민들은 '어차피 한 두달 있으면 곧 돌아갈 것 아니냐'며 우리를 그리 환영 해주진 않았다"면서 "그런데 우리가 6개월 넘게 계속 농사를 뿐만 아니라 마을의 궂은 일을 하자 주민들도 닫혀있던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글로벌제주문화협동조합은 농촌과 주민과 함께 하고 싶은 부푼 꿈을 갖고 제주로 이주한 청년들이 꾸린 공동체다. 안창근 이사장과 이성빈 이사를 제외하면 20여명 조합원들 모두가 20대로 구성돼 있다.

글로벌제주문화협동조합은 이색적인 농사 일 돕기로 주목을 받았다. 다른 지역에서 청년을 모집해 마을의 농사를 돕고 숙식을 해결하며 쉬는 날에는 여행을 즐기는 제주판 워킹홀리데이다. 글로벌제주문화협동조합의 워킹홀리데이는 수시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다른 워킹 홀리데이와도 사뭇 다르다.

 이성빈 이사는 "농촌이 고령화되면서 일손은 매번 부족하지만 기존의 워킹홀리데이는 방학 때만 반짝 이뤄졌다"며 "하지만 우리는 수시로 워킹홀리데이를 진행하고, 마을 청소도 스스럼 없이 했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나다보니 주민들은 '너희들은 '도망'가면 안된다'면서 애정을 쏟아주셨다"고 말했다. 글로벌제주문화협동조합을 통해 일손 돕기에 나섰던 전국 각지 청년들은 수천명에 이른다. 워킹홀리데이 참가자 중 일부는 제주와 주민들 인심에 푹 빠쪄 제주 정착을 결정했다. 워킹홀리데이를 하러왔다가 지금은 글로벌제주문화협동조합의 구성원이 돼 마을에서 저마다의 재능을 뽐내고 있다고 한다.

 이성빈 이사는 "마케팅 기획 일을 했던 사람부터, 디자인을 전공했던 청년들까지 다방면에 재능을 가진 조합원들이 있다"며 "이런 재능을 살려 상모리 마을의 유휴창고를 카페로 바꾸고, 주민들의 명함을 디자인하는 일도 했었다"고 전했다.

글로벌제주문화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알뜨르농부시장'도 청년들의 재능으로 꾸려가는 직판장이다. 마을에서 생산한 고구마, 마늘, 감귤, 한라봉 등을 버스킹, 농기계 포토존과 갘ㅌ은 이색적인 마케팅으로 전국 각 지역에 판매했다. 알뜨르농부시장을 운영하며 얻은 수익 중 일부를 마을발전기금으로 내놓기도 했다.

이성빈 이사는 "처음 시작할 때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지만 이제는 마을 분들이 우리를 밑고 일을 맡겨 주신다"며 "마을 분들이 없으면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제주로 이주를 계획했다면 먼저 주민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