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⑨ 법정사~하원수로길~조릿대길~고지천~언물~표고밭길~한라산둘레길~법정사

초가을 이끼 수놓은 하원수로길 따라 색다른 체험

홍희선 기자 / hahs@ihalla.com    입력 2018. 09.19. 20:00:00

지난 8일 진행된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에서 참가자들이 하원수로길을 지나고 있다. 강희만기자
수로·등반코스 다양한 용도 사용
한라산 풍부한 물 해안으로 공급
“걸으며 제주 누비는 매력 만끽”


제주에서 '물'은 단순한 '식수'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섬 이라는 고립된 공간에서 뿌리내려 숨 쉬는 생명들은 한라산과 곶자왈을 거쳐 흘러나오는 물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진행된 '2018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의 아홉 번째 탐방은 1950년대~70년대 제주사람들이 물을 자유롭게 이용하기 위해 개발한 하원수로길을 위주로 코스가 구성됐다. 이날은 1100도로~법정사~하원수로길~조릿대길~고지천~언물~표고밭길~한라산둘레길~법정사로 다시 돌아오는 코스였다.

1950년대 중반 한라산의 풍부한 수자원을 하원마을의 논으로 공급하기 위해 설치된 하원수로길. 6·25전쟁 직후 논이라곤 한 마지기도 없던 가난한 마을에 한라산의 영실물과 언물을 하원 저수지로 보내고 저수지를 이용해 논농사를 짓기 위해 조성됐다. 이날 투어 시작 전 에코투어를 기획한 김병준 논설위원은 "얼마나 오랫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동원됐는지, 얼마나 많은 농가가 수혜를 받았는지 자세한 기록을 찾을 수 없어 궁금한 점이 참 많았다. 여러분도 걸으면서 선조들의 피땀이 서린 수로의 가치를 함께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짧게 설명했다.

이어 이권성 제주트레킹연구소장은 "영실 존자암과 법정사를 연결한 하원수로길은 스님들이 많이 다니기도 해 속칭 '중로'라고 부르기도 했고 주변 도로가 생기기 전까지는 한라산 등반코스로도 많이 이용됐다"고 덧붙였다.

고지천
폭신한 양탄자 같은 이끼가 깔린 수로를 따라 30분쯤 걸었을까. 수로가 갈라지는 지점에 도착했다. 이권성 소장은 "왼쪽이 영실주차장으로 가는 길인데 총 길이가 4.2㎞정도 거리로 정비가 잘 돼 있는데 우리의 목적지는 언물이고, 에코투어이므로 덜 가꿔진 곳으로 가겠다"고 설명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이후로는 수로 중간을 막고 있는 정돈되지 않은 나무들과 가시덤불들을 피해가며 걷기 시작했다.

고지천을 건너며 보니 수로가 툭 하고 끊겼다. 큰 비가 내려 고지천이 불어나면서 수로가 물살에 잘려나간것으로 보인다. 덕분에 하원수로의 단면을 살펴볼 수 있었다. 단순한 콘크리트로만 된 구조물이 아니라 중간에 철판으로 보강을 해 놓은 모양새였다.

가지색 그물버섯
이후로도 고지천의 지류를 한참동안 이리저리 건너 1시간 50분쯤 더 가니 하원수로의 시작이자 끝인 언물에 도착했다. 콘크리트로 된 큰 집수탱크가 먼저 보이고, 집수탱크에서 이어진 파이프의 시작점이 언물이다. 이권성 소장은 "'언물'이라는 이름은 암석 깊숙한 곳에서 솟아나는 물이 너무 차가워 붙여졌는지, 겨울엔 얼어있어서 인지 여러가지 이야기가 전해온다"며 "연결돼있는 파이프는 서귀포자연휴양림으로 연결돼 사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고지천을 건너 점심을 먹은 뒤 과거 한라산 표고밭이었던 표고밭길과 한라산 둘레길을 거쳐 법정사로 다시 돌아와 이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에코투어 참가를 위해 서울에서 비행기를 타고 제주를 방문한 참가자는 "최근 가족여행 차 제주를 방문했을 때 여러가지 이유로 렌터카로 여행을 했다"며 "제주도가 보물섬이라는 점은 익히 알려진 사실인데 유명하다는 관광지 전부 다 갔다왔을 때 그 매력이 반감될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런데 걸어서 제주를 누비는 이 에코투어라면 제주의 끝없는 매력을 발굴할 수 있고 힐링이 되는 것 같아 자주 앞으로도 오고 싶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오는 22일 열리는 제10차 2018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는 비자림로~임도~숲길~천미천~양하밭~표고밭길~숲길~옛표고밭길~삼다수숲길~말찻오름~붉은오름자연휴양림~남조로를 지나는 코스로 진행된다.

한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