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로의 백록담] 정부는 제주 블록체인특구 지정 요구를 수용해라

고대로 기자 / bigroad@ihalla.com    입력 2018. 09.17. 00:00:00

원희룡 제주지사가 '블록체인' 혁명의 선봉장으로 나서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블록체인 기술도입은 물론 암호화폐 상장공개(ICO:Initial Coin Offering)허용을 정부에 공식요구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30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17개 시도지사 첫 간담회에서 제주에서 만이라도 블록체인·암호화폐 산업을 허용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간담회의 주제는 일자리 창출이다. 일자리 창출은 문재인 정부의 최대 난제로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풀 수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지방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 보자는 취지에서 꺼내둔 화두이다.

대부분 단체장들은 현재 진행중인 일자리 사업에 대한 지원을 건의했다. 창업기업 육성사업·사회 서비스 일자리 창출 확대 등 이미 틀에 박혀 있는 정책에 대한 지원을 요구했다.

하지만 원 지사는 일자리 확대 예산요구가 아닌 '암호화폐 상장공개'허용을 부탁했다.

그는 "블록체인은 대한민국이 플랫폼과 소프트웨어를 주도할 수 있는 어쩌면 마지막이자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제주를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해 달라"고 건의했다.

이런 원 지사의 '발칙한'건의에 문재인 대통령은 대략 난감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암호화폐 상장공개'를 불법행위로 금지했고 금융위원회인 경우 암호화폐를 자금세탁방지법이나 유사수신금지법상 감시와 처벌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기조에 '일개'지자체장이 공식적으로 반기를 들어 불순종한 것이다. 사실상 블록체인·암호화폐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판단이 글렀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겠다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 '돌출발언'으로 인식을 할 수도 있다.

원 지사는 "지금 우리나라의 5개 정도의 기업이 세계 일류 수준의 블륵체인 원천기술과 운영기술을 갖고 있음에도 암호화폐 발행과 거래가 국내에서 사실상 금지돼 있기 때문에 스위스에서 세금내고 일자리를 만들고 특허등록을 하고 기술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페이퍼 컴퍼니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스위스 주크 지방에 한국기업이 가서 스위스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했다.

원 지사는 "제주를 블록체인 특구로 지정해서 블록체인 활용이 가능한 여러영역에서 응용프로그램을 발굴하는 것과 함께 암호화폐에 대한 기준과 규제를 제시하고 시장 주체들의 건전한 기업활동을 보장한다면 제주가 블록체인 기술도시의 허브로 서고, 대한민국 전체가 블록체인의 확산이 되는 중요한 매개물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원 지사의 제주 블록체인 특구 지정 건의에 이제 정부는 답을 내 놓아야 한다.

제주를 블록체인 테스트베드로 지정해 성공하면 암호화폐 자유화를 전국으로 확장하고 실패하면 제주지역에서 리스크를 흡수하겠다는 원 지사의 도전을 수용해도 크게 손해보지는 않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제주특별자치도를 출범시키면서 포르투갈 마데이라 자치정부처럼 국방과 외교·사법을 제외한 모든 권한을 제주도에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질적인 권한은 이양해 주지 않아 10년넘게 무늬만 특별자치도로 전락했다. 특별자치도 출범후 보수적인 시각에서 보면 민주주의는 오히려 쇠퇴하고 도민의 삶은 더욱 피폐해 졌다.

정부는 세계 블록체인 성지인 스위스 주크주 크립토밸리처럼 금융허브로 성장하려는 제주도의 도전을 허용해 주어야 한다. 원 지사의 바람처럼 블록체인은 동력을 상실한 제주경제의 탈출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고대로 정치부장>

한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