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숙의 백록담] 국내 첫 성평등 도서관 '여기'가 전하는 말

이현숙 기자 / hslee@ihalla.com    입력 2018. 09.10. 00:00:00

최근 한국사회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 중 여성들에게 의미있는 변화로 다가오는 것은 '미투운동'일 것이다. 이에 대한 언론의 태도는 어땠을까. 미투운동에 대한 언론보도를 모니터링한 보고서에 따르면, 자극적이고 단편적인 내용으로 오히려 2차, 3차 피해를 가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역언론도 이같은 비판에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는 올해 공동기획 취재 주제로 '성평등과 지역언론의 역할'을 선정하고 참가자를 공모, 9명을 선정했다.

기자는 공동취재팀 일원으로 여성정책연구원,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언론중재위원회, 한국YWCA 등을 취재할 수 있었다. 이중 취재팀의 큰 관심을 모았던 곳은 국내 처음이자 유일한 성평등 도서관 '여기'였다. 이곳에는 성평등의 역사와 변화상을 비롯한 각종 여성정책과 여성운동 등의 자료가 집약되어 있어 놀라웠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성평등도시 서울'을 실현하기 위해 설립된 서울시 출연기관이다. '서울시 여성과 가족을 위한 성평등 플랫폼'을 표방하고 서울여성플라자를 운영하고 있고, 여성가족 소통공간 스페이스 '살림'도 건립하고 있다.

도서관 '여기'는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 내 2층에 857㎡ 규모로 마련되어 있는데 전체가 트인 열린 공간이었다. 이곳에는 서울시와 25개 자치구의 여성정책 자료, 여성운동·여성단체·여성기관 자료가 모여 있고 관련 모임과 토론, 전시 등을 열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도서관 이름은 '여성이 기록하고 여성을 기억하는 공간, 바로 이곳(here)'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시민공모전 등 다양한 의견수렴을 통해 결정됐다. 서울시의 성평등을 바라보는 인식을 보여주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여성이 행복해야 서울이 행복하다'라는 자치단체장의 생각이 잘 드러나 있었다. 여성플라자 1층에는 손으로 만든 수공예품을 만들어서 판매할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자활을 돕는 것이다. 벽면에는 여성들을 위한 정보가 담긴 안내책자들이 보기좋게 정리되어 있다. '여성을 위한 꼼꼼 서울-여성종합가이드북' '여성안심특별시' '소녀돌봄약국' 공공자료부터 '여성환경연대' '성폭력상담소' 등 NGO 소개 책자까지 여성들은 언제든 친숙하게 이들과 만날 수 있다.

서울시와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여성단체 등이 기증한 여성사 관련 자료를 디지털화해 영구 보존하고 시민에게 공개하고 있다. 부천서 성고문사건(1986), 서울대 신교수사건(1992), 여성국제전범 기록물, 위안부 자료집 등 여성사와 관련된 당시 종이 기록물은 물론, 기사스크랩자료 약 1만장과 포스터 67종 122장, 기념품 80개 등도 디지털화되어 보관중이다.

2016년 강남역 여성 살해사건 당시 작성된 시민 추모 메시지(포스트잇) 3만5000여 장도 정리되어 있다. 서울시와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이같은 내용으로 '성평등 정책·현장자료 디지털아카이브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서울시는 2015년 개관 초기 여성관련 분야의 개인, NGO, 여성단체로부터 관련 자료를 기증받았다.

이 곳은 도서관이면서 '기억공간'의 역할도 하고 있다. 강남역 여성 살해사건 추모메시지를 담은 포스트잇은 스캔 작업을 통해 기억존에서 만날 수 있다. 도서관 구성은 보기도 쉽고 자유로웠다. 중심에 마련된 '기억존 강남역 10번출구'도 이채로웠다. 그곳에는 "기록되지 않는 역사는 기억될 수 없고 기억하지 않으면 달라지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새겨겨 있었다. 강남역 여성살해사건과 관련된 시민들의 추모기록과 기억을 형상화한 이 공간은 안전하고 성평등한 도시를 위해 우리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함께 소통하자고 이야기를 전하는 것은 아닐까.

<이현숙 행정사회부장>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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