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미숙의 백록담] 일상이 된 기상재해… 정확한 예보가 목마르다

문미숙 기자 / ms@ihalla.com    입력 2018. 09.03. 00:00:00

가을이 시작된다는 9월의 첫 날 오후 서귀포시 지역에 시간당 120.7㎜의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제주 기상관측 사상 시간당 최고 강수량이다. 2시간 남짓 사이에 200㎜에 가까운 비가 내리면서 도심 곳곳의 도로가 침수돼 일부 구간에선 달리던 차량이 고립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주택과 지하주차장의 침수 신고도 서귀포시와 소방서에 이어졌다. 한 달 넘게 이어지던 폭염과 열대야를 식혀주리라 기대하던 비가 삽시간에 기상재해로 돌변한 꼴이었다.

이 날 기상청은 오후 1시 50분 남부인 서귀포시에 내려졌던 호우주의보를 호우경보로 대치 발표하면서 2일 오전까지 해안은 30~80㎜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하지만 내린 비는 예보를 훌쩍 뛰어넘었다. 그리고 4시 25분 호우경보를 해제하면서 2일 오전까지 30~80㎜, 많게는 120㎜의 비를 예보했으나 2일 오후 3시까지 해안에는 지역별로 0~7.5㎜, 산간에는 0.5~12.0㎜의 강수량에 그쳤다. 추가 피해가 발생할지도 모를 비가 내리지 않았으니 그저 다행이라 여겨야 하는 걸까?

지난달 23일 태풍 '솔릭' 역시 기상청 예보와는 달리 시속 4~7㎞의 느린 속도로 북상, 제주 서쪽 해상에서 하루 가까이 머물며 서귀포시 곳곳에 생채기를 남겼다. 그래서 '기상청의 예보는 잘 맞춰야 본전이고, 틀리면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는다'는데 어쨌든 폭설, 폭염, 국지성 폭우 등 기상재해는 이제 일상이 되다시피 하고 있다. 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에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 버스정류장 주변엔 대형 파라솔이 등장했다. 버스정류장에는 내부 온도를 낮추기 위해 천장에서 바람을 내뿜는 송풍기가 돌아가고, 대형 얼음이 비치되기까지 했다. 재난 수준의 폭염이 몰고온 이색 풍경들이었다. 어디 그 뿐인가? 폭염에 더해진 가뭄에 농민들은 8월 내내 물과의 전쟁을 치러야 했다.

이렇듯 변화무쌍한 기상재해가 잦아질수록 국민의 안전은 더 위협받게 되고, 정확한 예보의 중요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물론 나름 밤낮으로 예보업무에 최선을 다하지만 '오보'라는 비판에 직면할 적마다 기상청도 속을 끓이겠지만, 정확한 예보에 대한 높은 관심은 그만큼 날씨가 우리네 일상생활과 밀접하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는 일본기상청이나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도 태풍의 이동경로를 두고 자주 말을 바꾸고, 예측이 종종 빗나간다. 그만큼 태풍 경로는 변수가 많아 최첨단 과학기술을 동원해도 정확한 진로를 정확히 맞추기가 어렵다고들 한다. 그런데 태풍이 발생하면 해외 기상청이나 기상협회, 앱을 통해 보다 정확한 정보를 얻는다는 이들도 적잖다고 한다. 행정에서는 태풍 내습시 비상근무하면서 공유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우리 기상청과 일본, 미국기상청의 예상 진로를 동시에 올린다. 태풍의 진로가 유동적인만큼 여러 이동경로를 염두에 두고 잘 대비하자는 뜻이 더 크겠지만 우리 기상청의 예보에 대한 신뢰도도 일정부분 반영하는 게 아닐가 싶다.

재난 대비는 아무리 준비해도 부족한 법이다. 기상청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기상예보를 요구받는 이유다. 그리고 정확한 기상예보와 함께 중요한 게 여럿이다. 잦은 기상재해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배수개선사업이나 하천정비사업의 강우빈도 설계도 수십년에 한번 내리는 비를 견디는 수준이 아닌 예측불허의 기상이변을 감안해 보다 기준을 강화하는데 대한 고민이 있어야 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법이다.

<문미숙 2사회부장·서귀포지사장>

한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