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제주愛 빠지다] ⑨문화교육 들살이

온전히 아이들 손으로 이뤄지는 교육

송은범 기자 / seb1119@ihalla.com    입력 2018. 08.29. 00:00:00

문화교육 들살이에서 진행한 '억새물들이기' 프로그램에서 아이들은 단순히 천에 물을 들이는 것이 아닌 직접 억새를 꺾고 솥에 삶아 염색물을 만드는 등 모든 과정을 도맡아 진행한다. 사진=문화교육 들살이 제공
지역의 자연유산·생태·역사 활용한 체험형 교육
모든 과정은 어른 개입없이 아이들 생각과 손으로



아이들의 고사리 손에서 멋드러진 목조 건축물이 만들어졌다. 설계부터 시공까지 모든 과정은 어른들 관여없이 온전히 아이들의 생각과 손으로 이뤄졌고, 완성된 이후에는 해가 질 때까지 뛰어노는 '아지트'가 됐다.

문화교육 들살이(대표 김정이)에서 지난해 진행한 '수눌음 건축학교' 얘기다. 이 건축학교의 교육 과정을 살펴보면 문화교육 들살이의 목표가 어떤 것인지 조금이나마 이해 할 수 있다.

김정이(50·여) 대표는 "위험한 기계를 작동시키는 작업을 제외한 모든 과정은 아이들에 의해 이뤄집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의 생각을 다듬어주는 역할만 할 뿐 직접적인 개입은 하지 않아요. 이러한 작업을 통해 아이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자립심'과 함께 해냈다는 '공동체 의식'을 느낄 수 있지요."

문화교육 들살이는 지난 2002년 상설 대안학교로 시작해 지금은 제주 동부지역 초등학생을 위주로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체험형 교육'을 제공하는 교육기관이다. 특히 지역이 보유하고 있는 자연유산과 역사, 생태 등을 활용한 교육 과정은 선주민, 이주민 할 것 없이 모두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지역에 상관없이 모든 아이들이 똑같은 교과서로만 공부하다 보니 정작 가까이 있는 소중한 역사·문화 유산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심지어 해녀 할머니를 두고서도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자기가 자란 문화의 뿌리를 모른 채로 어른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슬픈 일입니까."

이에 문화교육 들살이는 해녀를 비롯해 전통음식, 생태, 목공예, 도예 등 지역에서 얻을 수 있는 소재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은 전적으로 아이들의 손에 의해 이뤄진다.

"억새물들이기 프로그램을 예를 들면, 단순히 천에 물을 들이는 것이 아니에요. 억새를 꺾고, 솥에 삶아 염색물을 만드는 과정까지 모두 아이들이 하는 겁니다. 또 전통문화를 알고 있는 어르신을 초빙해 직접 강의도 합니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지역의 어르신들을 단순히 '나이 많은 사람'이 아닌 오랜 시간 지혜를 쌓아온 일종의 '박물관'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지요."

사실 김정이 대표도 서울 출신 25년차 이주민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보다 제주에 정착하는 이주민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있다. 또 선주민은 익숙해 지나쳤을지 모를 제주의 특별함을 알아보는 '눈'도 갖고 있다. "문화교육 들살이가 위치한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는 이제 선주민 아이들보다 이주민 아이들이 더 많습니다. 그만큼 선주민과 이주민이 교류할 수 있는 '가교'가 절실한 시점이에요. 그 가교 역할을 저희가 해내고 싶습니다."

김 대표는 문화교육 들살이의 다음 교육 과정을 '농사'로 예정하고 있다. 당연히 아이들이 직접 봄에 씨앗을 뿌리고, 여름에는 물을 주고, 잡초를 뽑고, 가을에는 수확을 하는 1년짜리 장기 프로젝트다.

한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