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희의 백록담] 제주도문화예술위, 제주문예재단 가는 구름판인가

진선희 기자 / sunny@ihalla.com    입력 2018. 08.27. 00:00:00

"문화와 예술의 향기가 가득한 제주가 되려면 문화가 일상이 되고 예술이 성장 동력이 되는 문화예술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제주도정이 추구하는 문화예술 정책방향은 지극히 바람직하다고 본다. 문화예술 생태계에 있어 공급자인 문화예술인에 대한 지원과 배려가 무엇보다 우선한다. 이는 그 수요자인 도민에게 양질의 문화향유와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제주도문화예술위원회 위촉직 공동위원장이 이같은 내용으로 지역 언론을 통해 신년인사를 했다. 일부 매체의 요청이 있어 원고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는데 다소 이례적이었다. 제주도문화예술위원회가 200개에 가까운 제주도의 각종 행정운영위원회 중 하나라는 점에서 그랬다.

이같은 '예우'의 배경엔 제주도문화예술위원회의 기능이 강화된 영향이 컸다. 제주도지사를 공동위원장으로 두고 제주지역 문화 전반에 걸친 막강한 심의 기능을 가진 곳이 제주도문화예술위원회다.

제주도문화예술진흥조례에 근거해 설치된 제주도문화예술위원회에 올려지는 자문·심의 사항은 10가지가 넘는다. 지역문화진흥을 위한 사업의 개발·추진·지원, 지역문화 관련 정책 개발 지원과 자문, 지역전문인력의 양성과 지원, 지역문화예술단체 지원과 활성화 사업 추진, 지역문화 협력과 연계·교류에 관한 업무, 제주특별법에 따른 향토문화예술진흥계획 수립에 관한 사항, 전문예술법인·단체의 지정에 관한 사항, 공연물과 선전물에 대한 유해성 여부 확인, 문화지구 관리를 위한 심의·자문에 관한 사항 등이 들어있다.

제주도문화예술위원회의 위상이 제고된 시기는 민선 6기였다. 조례 개정으로 2015년부터 제주도지사와 문화예술 분야 위촉직 위원 중 호선된 1명이 공동위원장을 맡게 됐다. 이듬해 제주도정이 문화정책의 청사진을 제시할 때 제주문예재단 이사장, 제주예총 회장, 제주민예총 이사장과 더불어 제주도문화예술위원장이 동석하는 등 제주 문화계를 대표하는 기구 중 하나로 여겨졌다.

조례의 문구대로라면 제주도문화예술위원회는 제주 문화정책의 방향이 결정되는 곳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위원회를 거친 내용들은 종전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작년부터 제주도민과 문화예술 전문가들의 참여기회를 확대하겠다며 위촉직 위원수까지 늘렸는데도 말이다. 과문한 탓인지 모르겠으나 위원회에서 제안하거나 심도있게 다뤘다는 제주 문화 관련 정책이나 사업을 들어보지 못했다. 논란 끝에 2018지방선거 이후로 논의가 미뤄졌던 제주세계섬문화축제 부활이 거의 유일하다.

대신 지난해 새로 선출된 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제주도민들에게 띄운 신년사에서 산양분교를 리모델링한 창작 공간 조성, 저지문화예술인마을에 들어서는 문화예술 공공수장고 건립, 청년예술가 특성화 사업 등을 소개하며 새해 제주도정의 문화 사업을 홍보하는 데 그쳤다. 당연직을 제외한 21명 위촉직 위원들이 그간 문화예술계 현장에서 배우고 익힌 경험을 차근차근 제주 문화정책에 녹여줬으면 하는 바람과는 동떨어져 보이는 행보다.

이런 상황에서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모 인사가 제주문예재단 이사장 공모에 나선다는 말이 공공연하다. 마침 직전 이사장도 제주도문화예술위원회 위촉직 위원이었다. 이 때문에 위원회 자리가 제주문예재단 수장으로 가는 구름판이라도 되냐는 소리가 나온다. 지역문화진흥을 위한 사업과 정책 개발을 첫머리에 올려놓은 제주도문화예술위원회. 3년 전 새출발만 요란했던 건 아닌가 싶다. <진선희 교육문화체육부장>

한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