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7)이승이오름 주차장~임도~이승이오름~한라산둘레길~사려니 남서쪽 오름~한라산둘레길~표고밭길~해그므니소~숲길~한라산둘레길~신례하천길~서성로

숲 그늘 아래로 매력 살포시 드러내는 이색 탐방로

조흥준 기자 / chj@ihalla.com    입력 2018. 08.22. 18:00:00

에코투어 참가자들. 사진=강희만기자
해 닿지 않고 비 와야 폭포 생기는 '해그므니소'
함께 걸으며 동충하초·야생화 찾는 재미도 만끽

"가봤던 곳이라 해도, 같지 않았다." 화산섬 제주의 속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에코투어를 자꾸 찾게 만드는 숨은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서늘한 바람이 부는 봄·가을에도, 무더운 한여름에도, 에코투어는 계절에 따라 날씨에 따라 코스 진행 방향에 따라 그 느낌이 전부 다르다.

지난 11일 2018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의 일곱 번째 탐방이 시작됐다. 길잡이로 나선 이권성 제주트레킹연구소장은 "500m 이상의 고지대에 숲이 많아 오히려 시원할 수도 있고, 코스 자체도 험하지 않고 여름철에 탐방하기에도 괜찮은 곳"이라며 의미심장한 말로 탐방객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번 투어의 시작은 이승이오름 주차장이었다. 무더운 날씨를 걱정했지만 오히려 가벼운 비가 내리면서 탐방객들의 열기를 식혀 주었다. 그 여세를 몰아 한 30여분쯤 올랐을까, 단숨에 이승이오름 정상에 도착했다. "이야~." 탐방객들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정상에서 맞는 바람부터가 인위적인 바람과는 비교할 수 없는 깨끗한 시원함을 선사했다.

한 탐방객은 "찜질방이 아무리 좋아도 거기서 흘리는 땀과 운동으로 흘리는 땀은 당연히 다르다. 그리고 자연이 주는 바람도 당연히 다르다"며 오름 정상에서 자연이 주는 선물을 마음껏 받았다. 삵(살쾡이)이 살았다 혹은 삵을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승이오름이지만 지금은 삵의 흔적도 없고, 등성이마다 나무가 울창해 삵의 모습을 닮았는지 확인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시작 전 반가운 비에 이어 바람의 선물을 받은 탐방객들은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암석 휘감은 나무.
이번 코스의 유일한 오름인 이승이오름을 내려와 다시 걷기 시작했다. 길은 아니지만 걷기에 무리가 없다는 이 소장의 말처럼 무난한 산행이었다. 갱도진지와 숯가마터를 지나서 숲 안으로 들어서자 화산암괴라 불리는 거대한 바위와 그 위에 앉은 나무뿌리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바위 위에서 길게 뿌리를 내린 모습은 동남아시아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유적지를 연상시키며, 화산섬 제주의 색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숲속의 푹신한 흙길을 걸으며 사려니 갈림길에 들어섰다. 참나무와 소나무가 자라는 위치, 가지 방향 등 이 소장의 설명을 듣기 위해 열심히 귀를 기울이는 탐방객부터, 자기만의 사색에 빠져 숲길을 걷는 탐방객까지 모두 에코투어와 자연이 지닌 매력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 와중에 첫 투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존재감을 확실히 알린 탐방객들도 있었다. "절친인 5명이 빠지지 않고 모두 함께 오려고 전화로 신청하면서까지 간신히 올 수 있었다"는 한림초등학교 52회 동창생들은 연속 발사되는 감탄사부터 시작, 투어 내내 탐방객들에게 즐거운 입담을 들려줬다.

붉은사철난
싸리버섯
점심을 먹고 난 뒤 다시 시작된 투어에서 탐방객들은 사철난과 동충하초, 야생화를 찾느라 여념이 없었다. 여기저기서 '찾았다' 소리와 함께 사진을 찍으며 투어를 이어갔다. 이윽고 도착한 해그므니소는 대낮에도 해를 볼 수 없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 말처럼 해가 중천에 떠 있는데도 그늘진 숲은 어두웠고, 그만큼 시원했다. 그제야 투어 시작 전 소장이 했던 말을 떠올릴 수 있었다. 탐방객들은 해그므니소 계곡에 도착해서야 이곳이 어딘지 고개를 끄덕이면서 아래쪽에서만 올려다보다가 위에서 내려다보니 또 색다른 느낌이라며 신기해했다.

계곡 위쪽으로 신례하천길을 따라 쭉 내려오면서 곳곳에 발달한 포트홀을 비롯해 폭이 깊은 계곡의 웅장함과 주변의 울창한 숲을 보면서 내려가는 내내 감탄을 그칠 수 없었다. 폭우가 쏟아지면 엉또폭포처럼 폭포가 생겨나 경치가 더 좋다는 설명이 있었지만 가뭄으로 보지못해 살짝 아쉽게 느껴졌다.

종착점에 다다르자 출발할 때와 같이 가는 비가 살짝 내려 더위를 또 한번 식혀 주었다. 전체적으로 코스도 무난했지만, 해를 가려주는 해그므니소와 탐방 전후로 내린 비 등 숲과 날씨의 도움으로 더 여유 있는 탐방이 됐다. 버스를 타고 다시 제주시에 도착해 푹푹 찌는 더위를 접하고 나서야 탐방객들은 숲과 자연이 주는 시원함을 또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다.

한림 동문 대표 김용주(55·여·제주시)씨는 "처음에는 많이 걷는다고 해서 걱정도 되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준비했는데 막상 와보니 해 볼 만 하고 정말 힐링되는 것 같아 오길 잘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친구들끼리 오름동호회를 만들어 한 달에 두 번씩 다니다가 이제서야 에코투어를 알게 됐다"며 "다음에도 5명이 함께 신청해서 꼭 같이 참석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25일 진행되는 제8차 에코투어는 1100도로~18림반~임도~한라산둘레길~색달천~표고밭길~중문천~한전길~숲길~거린사슴오름~전망대 코스를 진행한다.

한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