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찬 맛집을 찾아서] (153)제주시 한림읍 대림리 '부부경양식 붴'

집밥같이 푸근하고 정성스러운 경양식

채해원 기자 / seawon@ihalla.com    입력 2018. 08.16. 20:00:00

제주 달고기 앤 칩스와 스모크 함박스테이크
손님은 간단하고 쉽게, 만드는 이는 집밥같은 정성
시즌제로 운영… 여행에서 맛 본 음식 메뉴로 선봬

박인진 대표 "새로운 음식 재미있게 선보이고 싶어"

경양식(輕洋食)이란 간단한 서양식 일품요리를 가리킨다. '간단한', '가벼운'이란 뜻의 경(輕)을 써서일까. 경양식이라 하면 쉽고 간단하게 만들어 먹는 음식이라는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오랜 시간 담은 된장과 간장, 잘 숙성시킨 젓갈이 곁들여진 집밥과는 상반된 금새 뚝딱 만드는 요리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이를 깨뜨린 곳이 바로 제주시 한림읍 대림리에 위치한 '부부경양식 붴'이다.

부부경양식 붴을 운영하는 박인진·김세진 부부
부부경양식 붴(부엌의 준말)은 '손님은 쉽고 간단하게 즐기고, 만드는 이는 집밥처럼 정성이 담긴 음식을 만들자'는 고집이 있다. 그 고집의 정수가 부부경양식 붴이라는 상호에, 5~10시간 동안 조리되는 요리에 담겼다.

부부경양식 붴은 두 부부가 정성스럽게 음식을 조리하고 이를 먹는 장소·가족이 모이는 장소인 부엌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그 의미 그대로 박인진(40)·김세민(42) 부부가 가게를 운영하며, 결코 간단하지 않은 일품요리가 나온다. 10년 전 홍대에서 푸드카페를 시작한 이후 계속 음식을 만들고 있는 박인진씨가 재료손질부터 조리까지 주방을 담당하고 있고 남편 김세민씨가 홀 등을 담당한다.

붴의 가장 재미있는 점은 시즌제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시즌제는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손님들과 나누고 싶은 욕심에서 시작됐다. 부부는 세계 여러나라의 다양한 음식을 맛보고 배우기 위해 여행을 떠나고 여행이 끝난 뒤 좋았던 경험은 다시 음식으로 손님들에게 선보이게 된다.

멘치까스(사진 왼쪽), 수비드소고기 타다끼스테이크
올해 3월 호주여행을 다녀온 뒤 시작된 시즌2 역시 현지에서 맛있게 먹었던 음식들이 주 메뉴다. 영국식으로 현지화한 커리 '타카마살라' , 호주에서 즐겨먹는 피쉬앤칩스의 제주버전 '제주 달고기 앤 칩스', 적정온도에서 오랜 시간 조리한 소고기를 특제소스로 겉만 살짝 구워낸 '수비드 소고기 타다끼 스테이크' 등이 메인이다. 시즌1에서도 선보였던 함박스테이크는 데미글라스 소스가 아닌 토마토커리를 베이스로 만든 소스와 곁들여졌다. 잘게 다진 고기를 동그랗게 뭉쳐 돈까스처럼 튀겨낸 '멘치까스'는 꾸준한 요청에 시즌2 메뉴에 이름을 올렸다.

안타깝게도 시즌1에 선보였던 두꺼운 파스타면을 크림소스와 한우를 넣어 조리한 '붴스타'와 '북어후라이', '붴 닭닭닭'과 같은 메뉴는 아쉽게도 현재 맛볼 수 없다.

시즌 2를 맞아 주인장이 자신있게 권하는 메뉴는 '스모크 함박스테이크'와 '제주 달고기 앤 칩스'다. 스모크 함박스테이크는 제주 흑돼지와 호주 청정우를 적정한 온도에서 저온숙성시킨 뒤 두번의 훈연 과정까지 마쳤다. 옛날식 함박스타일로 두툼하지만 결코 기름기가 많지 않다. 조금은 퍽퍽한 식감의 고기를 부드러운 머쉬포테이토와 진득한 토마토커리 소스가 감싸고, 구워 나온 파프리카와 아스파라거스, 양파 등이 상큼함을 더한다.

제주 달고기 앤 칩스는 제주서 나는 달고기와 딱새우, 아스파라거스 튀김과 레몬이 곁들여져 나온다. 달고기 앤 칩스의 압권은 담백한 생선의 맛과 바삭한 식감이다. 맥주를 넣어 숙성시킨 반죽은 씹을 때 자잘한 탄산이 터지는 듯한 식감을 줄뿐만 아니라 식어서까지도 튀김의 바삭함을 유지시켜 준다. 흰살 생선의 달고기는 식어 먹어도 비린내가 잘 느껴지지 않을 만큼 담백하다.

쉐프인 박인진 대표는 "내가 음식을 만들 때 재미있어야 맛도 맛있더라. 앞으로 시즌3, 4까지 계속 새로운 음식을 재미있게 선보이고 싶다"며 "매번 새로운 요리를 선보이다 보니 자신있게 완성작이라 할 순 없지만, 계속해서 제주도내 단골 손님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는 점에서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