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제주愛 빠지다] ⑥ 귀농귀촌 표선누리합창단

화음으로 서로 하나되는 마음

오은지 기자 / ejoh@ihalla.com    입력 2018. 08.08. 00:00:00

귀농귀촌 표선누리합창단 단원들이 합창 연습을 하고 있는 모습.
정착주민·원주민 모여 2016년 창단
서로 격로하며 합창의 매력에 '흠뻑'
경연서 최우수 수상… 11월엔 연주회


합창에서 화음은 매우 중요하다. 마음이 맞지 않는다면 불협화음이 되는 건 순식간이다. 혹자는 화음을 만드는 과정을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여정이라고 한다. 그 과정에는 서로의 배려와 격려, 소통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정착주민과 원주민으로 구성된 귀농귀촌 표선누리합창단도 그런 과정을 거치며 빛나는 화음을 만들어가고 있다.

표선누리합창단은 오는 9월 창단 2주년을 맞는다. 처음 25명 정도로 시작됐지만 지난 2년간 수많은 사람들을 거치며 현재는 18명의 단원이 활동하고 있다.

창단자는 4년전인 2014년 제주에 내려와 서귀포시 표선면 세화리에 터를 잡은 정착주민 김창남(67)씨다. 지휘자가 제 역할이지만 합창단의 전반적인 운영도 도맡고 있다.

서울생활에서 김씨의 주업은 광고 홍보·디자인이었다. 미술전공이었지만 음악에도 관심이 많았던 그는 30여년간 합창대, 성가대 활동도 했다. 하고싶은 일을 했지만 열정을 너무 쏟은 탓일까. 8년전 갑자기 쓰러진 뒤 종합진단을 받아도 알 수 없는 병명에 치료에 대한 불안감이 들때쯤 "기가 다 빠졌다"는 진맥 결과와 함께 무조건 쉬라는 처방을 받는다. 그렇게 제주에 내려와 산지 1년, 몸이 회복된 김씨의 '열정 병'이 도졌다.

김씨는 "몸이 나으니 옛날 했던 일들이 생각나더라. 그래서 제주의 음악, 예술적인 부분을 알아보러 다녔는데 제 생각보다 조금 거칠고 황폐화되어 있었다"며 "제주에 뼈를 묻으려고 내려왔는데 마지막으로 내가 사는 이 동네에서 내가 가진 지식, 경험을 나눠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처음 합창단 창단을 구상한 그는 표선면사무소의 도움을 받아 2016년 9월 표선누리합창단을 창단했다.

연습 과정은 그리 순탄하진 않았다. 4성부 합창이 낯선 단원들을 상대로 정상적인 화음을 빚어내기까지 오래 공들여야 했다. 하지만 김씨의 노력은 변화로 이어졌다. 그는 "이제는 모두 합창, 화음의 묘미를 알게 돼 열심히 한다. 무엇보다 예전엔 연습이 끝나면 각자 해산이었는데 지금은 원주민과 정착주민이 끝나면 식사도 하고 어울리면서 차츰 '한 덩어리'가 되고 있다"며 흐뭇해했다. 표선누리합창단은 올해 7월 열린 제1회 표선면 문화예술동아리 경연대회에서 당당히 1등(최우수)을 차지했다. 원주민과 정착주민이 한 마음이 되어 만든 성과다.

"어차피 하나의 합창단이 정상 궤도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기본 3년은 걸린다. 처음부터는 절대 안된다. 세월이 흘러야된다."

지금은 일부의 원주민과 정착주이 모여있지만 그의 말처럼 세월이 흐르면 표선누리합창단을 중심으로 지역의 모든 주민들이 화합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김씨는 "지역 행사에 무료 공연 봉사도 하고 나아가 지역별 풀뿌리 합창단들과 연합 발표회도 하면서 지역간, 지역주민간 가까워지는 계기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도 전했다.

표선누리합창단은 오는 11월 창단 2년여만에 드디어 창단발표회를 갖는다.

한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