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영종의 백록담] 진정한 소통은 제대로된 인사(人事)로…

현영종 기자 / yjhyeon@ihalla.com    입력 2018. 08.06. 00:00:00

미국의 한 카운티(county)에서 다리를 놓기로 했다. 시민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서다. 카운티는 다리 건설을 위해 교량기술자를 고용했다. 자금관리를 담당할 경리와 회계책임자도 배치했다. 자재 관리를 책임질 경비원도 따로 뽑았다.

문제는 의회에서 불거졌다. "다리 하나에 투입되는 예산치고는 너무 많다"며 "예산 감축"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카운티 당국은 고심 끝에 교량기술자를 해고했다. 교량 건설이 수포로 돌아 갔음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1980년대 회자됐던 미국발(發) 블랙유머다.

지난 4월,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일본정부관광국(JNTO) 이사장에 세이노 사토시(淸野智·71)를 임명했다. 임기 5년의 신임 이사장 세이노는 일본 최대 철도회사인 JR동일본의 사장·회장을 6년씩 역임한 인물이다. 세이노는 정치인이 아니다. 그렇다고 단순한 철도회사 경영자도 아니다. 일본 관광계를 대표하는 전문가이다.

1970년 JR동일본의 전신인 일본철도 사장 시절엔 열차가 정차하는 지역의 명소를 관광 상품화하는 '타비이치(旅市) 프로젝트'에 몰두했다. 일본 혼슈의 동북쪽 끝인 아오모리(靑森)에 이어 홋카이도(北海道)로까지 신칸센을 연장하며 '불편한 항공기로 가시겠습니까, 편안한 열차로 가시겠습니까'라는 캐치프레이즈로 항공업계와 '맞짱'을 뜨기도 했다. 2012년 새로 문을 연 도쿄역에 조명을 비춰 은은한 분위기를 연출한 것도 그의 아이디어였다. '도쿄역 일루미네이션'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열광하는 인기상품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는 아베 신조 총리가 정권의 명운을 걸고 추진하는 사업이다.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 외국인 관광객 유치 목표를 4000만명으로 잡았다. 이를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우선 관광시장의 다변화다. 아시아에 편중돼 있는 관광시장을 유럽·호주 등으로 다변화해야 한다. 또 '골든 루트(도쿄~나고야~오사카~교토)'에 집중된 관광지도 세분·다양화해야 한다. 세이노는 취임 석달만에'연계'를 키워드로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 민과 관의 연계뿐만 아니라 민간사업자 사이의 연계, 지역과 지역의 연계에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선거가 끝났다. 원희룡 지사는 난전 끝에 재선에 성공하며 유명세를 더했다. 행정시장을 필두로 (주)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제주) 같은 지방공기업 수장의 인사도 시작됐다. 제주시 행정시장에는 고희범 전 민주당 제주도당 위원장, 서귀포시 행정시장에는 양윤경 제주4·3유족회장이 임용후보자로 선정됐다. ICC제주 대표이사엔 김의근 제주국제대학교 교수가 내정됐다.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제주·서귀포시장엔 벌써부터 특정인이 낙점됐다는 소문이 돌았다. 인사청문회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란 얘기도 들린다. 출자·출연기관 등 제주도 산하 단체의 수장 자리를 놓고 유쾌하지 못한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인사는 도지사의 고유 권한이다. 정책적 기조를 함께 하는 이들을 임명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선거를 도왔던 이들에 대한 논공행상이나 자기사람 심기가 용납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전문적 식견을 요구하는 자리에 캠프출신 인사를 배치하는 등 행태는 비난을 자초할 뿐이다. 보은·코드인사로는 변화와 혁신을 일궈낼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금은 지역경제 활성화, 외국인 투자 감소, 제2공항 건설, 관광시장 다변화 및 질적 관광으로의 전환, 개발과 보전의 조화 같은 굵직한 현안이 산적한 시점이다. 전문적 식견과 함께 적재적소의 인사 없이는 이루기 힘든 사안들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경구가 만들어진 연유이기도 하다. <현영종 편집부국장>

한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