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제주愛 빠지다] (3)'상상서가' 작은도서관

지역 지식공동체 만들기 '싹' 틔우다

백금탁 기자 / haru@ihalla.com    입력 2018. 07.18. 00:00:00

이채원(노형초 5)·김민서(월랑초 5)·김근아(백록초 6) 어린이가 16일 애월 고내포구 인근에 위치한 '상상서가'에서 정영주 관장과 함께 수학도서 '세상 모든 비밀을 푸는 수학'을 읽고 토론하고 있다.
8년전 정착… 애월 고내포구 지난 3월 개관
주민과 아이들의 학습·문화공간 구심 역할
인문학 특강·트레킹·음악콘서트 활동 다양

이주민에게 있어 낯선 땅에서의 정착은 원주민과의 모자란 여백을 채워가는 과정이다.

제주시 애월읍 고내포구에 자리한 비영리단체인 '상상서가' 작은도서관. 제주의 푸른바다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전망 좋은 곳에 지난 3월 무인카페 '산책' 2층에 둥지를 틀었다.

정영주(48) 관장은 1993년 이후 매년 서너 번씩 수십 년간 제주를 찾으며 쌓아온 '내공'은 제주 정착에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그래서 친한 친구들도 많고 친구들의 아이들이 자신의 인문학 강좌의 대상이라고 했다.

정 관장 가족은 처음에는 제주시 도심 아파트에서 살다가 최근 곽지의 폐가를 빌어 개조해 살고 있다. 요즘 텃밭 가꾸는 재미가 한창이라는 부인 이애경(47)씨의 이야기도 들려줬다.

서울대에서 철학과 종교학을 전공한 정 관장의 제주정착은 제주 청소년들에게 살아있는 인문학을 전파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제주의 아이들이 기존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마음껏 상상하라는 의미에서 도서관 이름도 '상상서가'로 지었다. 그리고 인터넷 '인문샘닷컴(www.inmoonsam.com)'을 통해 매월 좋은 책 3권을 선정해 자신의 글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정 관장이 그간의 제주정착기를 말한다. "대학 졸업 후 입시학원, 수학회사를 차렸고 전공을 살려 인문학 대안학교(2006~2009)도 만들어 운영했죠. 그러던 중 2009년 말 학원생활을 모두 정리하고 이듬해인 2010년 제주행을 결심했어요. 40살이 되던 해였으니 새로운 제2의 인생이 시작이죠. 상상서가는 온라인이 아닌 제주에서 직접 아이들과 얼굴을 마주하며 오프라인 창구를 만든다는 의미에서 시작됐죠."

정 관장은 제주지역 아이들을 대상으로 독서를 통한 인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책의 난도는 쉽지 않다. 청소년도서보다는 조금 어렵지만 성인 수준의 좋은 책을 골라 아이들에게 소개하며 아이들의 상상력에 '풀무질'하고 있다.

정 관장을 돕는 든든한 조력자도 여럿이다. 아내 이씨가 이주민과 원주민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지난 6월말 서귀포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여름밤 인문학 파티' 주제로 인문학 특강을 했다. 앞으로 트레킹과 서울 가수 초청 콘서트도 열 계획이다. 지인인 재미교포 엔젤 김과 그의 남편 벤자민 김도 빼놓을 수 없는 후원자다. 비누전문가인 엔젤 김은 주민을 대상으로 비누공예를 강습하고 벤자민 김은 가부장적 제주사회에서의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상상서가'는 출판사 겸 서점 역할은 물론 지역의 지식공동체 만들기를 목표로 작은 씨앗을 심어 싹을 틔웠다. 원주민의 전통문화와 삶의 지혜와 이주민의 새로운 활력소가 서로의 빈자리를 채워가며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한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