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미숙의 백록담] 제주형 편의점 '콘쿱'의 실험

문미숙 기자 / ms@ihalla.com    입력 2018. 07.09. 00:00:00

1년 전쯤, 2018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막 결정될 즈음 도내 한 편의점 가맹점주를 취재했던 적이 있다. 국내 편의점업계 1위인 가맹본부와 계약한 가맹점주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꼼짝없이 편의점에서 일하고, 나머지 심야시간엔 3명의 아르바이트 인력을 쓰면서 운영한다. 그렇게 일하고 손에 쥐는 돈은 월 150만원쯤 된다고 했다. 올해 최저시급 7530원을 월급으로 환산한 157만원에도 못미치는 금액이다.

편의점 가맹점주의 수익은 운영시간이나 장소 임차지원 여부 등 가맹형태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가맹본부와 일정 비율로 나눠갖는 구조다. 가맹점주의 소득이 올라가려면 매출을 늘려야 하는데 가맹본부는 시장포화는 아랑곳 않고 점포수 늘리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 가맹본부가 늘린 편의점 점포수로 갈수록 시장은 과당경쟁으로 치달으며 가맹점주들의 경영환경은 갈수록 악화, 대표적인 영세자영업종이 됐다. 가맹본부에서 이익배분율을 조정해주지 않는 한 가맹점주의 소득 증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제주에는 대기업 편의점이 작년 7월 기준 191가구당 1곳꼴로 인구 대비 전국에서 가장 많다. 이런 대기업 편의점 일색의 제주에 제주형 독립편의점인 '콘쿱(concoop)'이 지난달 29일 가맹 1호점을 열고 점주 모집에 나서 주목받고 있다. 편의점(convenience store)과 협동조합(coop)을 합성해 만든 단어인 콘쿱의 가맹본부는 직원협동조합이자 사회적기업인 행복나눔마트협동조합이다.

2013년 제주시 소재 한 마트를 인수해 국내 첫 직원협동조합 마트인 행복나눔마트협동조합으로 이름을 바꾼 후 조합은 직원 모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과중한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직원을 추가 채용하면서 직원 임금도 인상했다. 확 달라진 근로여건에 한 직원은 "유통업계의 안식처"라는 표현을 썼다고 한다. 이경수 조합 이사장은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등 근로조건이 열악하기로 소문난 유통업이나 서비스업도 노동자에게 적정임금을 주면서 법정근로시간을 지켜도 망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행복나눔마트협동조합이 제주형 편의점인 쿤쿱 1호점을 작년 제주시 애월에 연 후 10개월만에 가맹 1호점을 열고 추가로 가맹점주 모집에 나선 것도 마트의 지향점과 일맥상통한다. 가맹점주가 24시간 환하게 불을 켜고 장사하지만 가맹본부의 배를 더 불리는 구조가 아닌 가맹점주와 합리적이고 투명한 계약시스템을 통해 가맹점주가 매출을 많이 올리는만큼 수익도 더 많이 가져갈 수 있는 계약방식이다.

또 가맹점주는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근로계약서 작성과 주휴수당·연차 지급, 4대보험 가입 등 근로기준법을 준수토록 하고, 이는 가맹본부가 수시 점검하면서 노동존중 사회를 지향한다고 했다. 사실 따져보면 법적 테두리에서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내용인데, 새삼스럽게 다가오는 것은 우리 현실이 그렇지 못했다는 방증일 게다.

이 뿐이 아니다. 콘쿱 가맹본부는 가맹점에 공급하는 물품도 공산품 위주에서 단계적으로 제주특산품과 사회적기업제품 제품을 늘려나가고, 매장 시설도 가맹점 입지여건에 따라 차별화가 가능토록 할 예정이다.

콘쿱 가맹점을 모집한다는 보도 후 문의가 적잖았다고 했다.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합리적인 계약에 대한 기대감이 한몫 했을 것이다. 가맹점주가 노력한만큼의 소득을 얻고, 매장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도 존중받는 분위기가 제주사회에 확산되길 희망한다는 콘쿱의 새로운 실험에 더 관심이 가는 이유다.

<문미숙 서귀포지사장·제2사회부장>

한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