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영화세상] 평범한 일상을 평범하지 않게 그린 영화

홍희선 기자 / hahs@ihalla.com    입력 2018. 03.22. 19:00:00

멀어져 가는 엄마의 기억이 담긴 '엄마의 공책'
좋아하는 것 누리기 위해 포기한 집 '소공녀'


세상 어딘가에서는 일어나고 있을 법한 치매, N포세대라는 소재 자체는 신선하지 않다. 하지만 엄마의 비밀 레시피를 딸이나 며느리가 아닌 아들이 전수받는다는 설정이나 안락한 내 집을 포기하고 가장 빛나고 행복했던 시기를 함께했던 사람들을 찾아간다는 설정이 꽤 흥미로운 두 편의 영화를 소개한다.

▶엄마의 공책=30년 넘게 반찬가게를 운영하며 홀로 자식을 키워낸 '애란'(이주실)은 어느 날부터 기억이 오락가락한다.

엄마가 치매에 걸렸다는 사실을 안 아들 '규현'(이종혁)은 반찬가게를 판 돈으로 자신의 정교수 자리에 필요한 학교 발전기금을 마련하려 한다. '애란'을 요양원에 모시자는 아내 '수진'(김성은)의 말도 못 이기는 척 따른다. 하지만 가족과 이웃을 위해 만들어온 정성스러운 반찬 레시피가 빼곡히 적힌 엄마의 공책을 발견한 '규현'은 마음이 못내 편치 않다.

평생 굳셀 것 같던 내 엄마가 치매에 걸렸다. 치매 환자와 그 가족 이야기는 무거울 수 있는 주제지만 음식이라는 가볍고 따뜻한 소재를 이용해 질질짜지도 길게 끌지 않고 가족애에 초점을 맞춘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2014)으로 김혜자의 빛나는 연기를 고스란히 담아낸 김성호 감독이 이번에는 이주실의 단단하고 섬세한 면면을 비췄다. 제3회 서울국제음식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103분. 전체관람가.

▶소공녀=하루 단 4만5000원을 버는 3년차 프로가사도우미 '미소'(이솜).

사랑하는 남자친구 '한솔'(안재홍)만 있다면 행복하지만 새해가 되자 좋아하는 것들의 가격이 올랐다. 하지만 일당은 여전히 그대로다. '미소'에게도 월급 빼고는 다 오른다는 시대를 피해갈 수 없기에 결국은 뭔가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이에 과감히 집을 포기하고 그녀만의 여행을 시작한다. 목적지는 행복했던 시기를 함께한 밴드 멤버의 집이다. 달걀 한 판 손에 들고 방문한 친구, 선배, 후배의 면면은 사회에 진출한 우리들의 모습이다. 직업적 성공에 목숨 걸고, 무리해서라도 아파트 한 채쯤은 마련해야 하고, 겉으론 화려하나 마음 편하지 않은 생활 등등. '미소'는 거센 비난에 마주하기도 때론 위로를 전하기도 한다. 영화는 타인을 멋대로 재단하고 의도치 않은 유·무형의 폭력을 행사하고 있지 않은지 돌아보게 하고, '미소'의 모습을 비추는 마무리로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신예 전고운 감독이 연출했다. 106분. 15세 이상 관람가. 홍희선기자

한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