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15) 산록도로~서홍동 추억의 숲길~말방아~서홍천~편백나무 군락지~한라산 둘레길~시오름~한전길~치유의 숲길

수북이 쌓인 낙엽 밟으며 찾는 여유와 회상·치유의 길

조흥준 기자 / chj@ihalla.com    입력 2017. 11.15. 20:00:00

숲길·하천 걸으며 단풍과 함께 늦가을 정취 만끽
내년 기약하며 8개월간 에코투어 대장정 마무리


올해 마지막 에코투어를 아쉬워하는 탐방객들이 단체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강희만기자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리니 /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레미 드 구르몽의 시를 떠올리게 하는 11월 가을 아침은 제법 쌀쌀했지만, 2017년 마지막 에코투어를 놓칠 탐방객들은 아무도 없었다. 단 한 명의 열외 없이 가득 찬 버스 안 여기저기에서 이번 투어가 올해의 마지막임을 안타까워하는 소리가 들렸다.

지난 4일 한라일보의 열다섯 번째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가 아쉬움과 기대감을 함께 품은 채 시작됐다. 이권성 제주트레킹연구소장은 "올해는 비 한 번 만나지 않고 유난히 날씨의 도움을 많이 받은 것 같다"면서 "특히 이번 에코투어는 단풍과 낙엽을 보며 추억을 회상하는 여행이 될 것"이라고 운을 뗐다.

버스에 내려 몸을 푼 탐방객들은 첫 코스인 추억의 숲길 안으로 들어갔다.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 조성된 숲길을 따라 걷는 탐방객들을 처음 맞이한 건 오히려 사람의 손길이 물씬 묻어 있는 말방아였다. 소나 말로 곡식을 찧는데 사용했던 큰 돌이 숲 속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는지 탐방객들의 입에서는 여러 추론과 옛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그 뒤로 집터와 통시(뒷간), 잣성(돌담) 등 옛 선조들이 이용했던 흔적을 지나치며 자연스럽게 형성된 박물관을 관람할 수 있었다.

빨갛게 단풍이 든 나무.
숲길과 몇 개의 작은 하천을 지나자 삼나무와 편백나무 군락지가 나왔다. 양팔로도 안을 수 없을 정도로 두텁고, 곧고 길게 쭉 뻗어 있는 나무들은 그들이 살아온 오랜 세월을 가늠할 수도 없을 정도였고, 혼재림으로 둘러싸인 울창한 숲은 자연 앞에 서 있는 우리들을 더욱 숙연해지게 만들었다. 이날 코스는 평소보다 평지가 많음에도 걷는 속도가 약간 느린 감이 있었는데, 그 덕분에 명상·사색을 겸할 수 있었다.

서귀포시 서홍동 추억의 숲길에 있는 말방아를 탐방객들이 신기하게 살펴보고 있다.
걷는 중간중간 푸른 숲속에 감춰져 있는 단풍을 찾는 재미도 탐방의 흥미를 더해 주었다. 한 탐방객은 위를 쳐다보고 걸으면 넘어질 수 있다면서 바닥에 떨어진 낙엽을 잘 보면 단풍이 든 나무 위치를 찾기 쉽다고 나름대로 요령을 알려주었는데, 수북한 낙엽을 밟는 푹신함과 함께 가을에만 맛볼 수 있는 또 다른 매력이었다.

앙상하게 드러낸 나무뿌리.
숲과 하천을 번갈아 가는 평지 코스가 쭉 이어지면서 탐방객들의 입에서 너무 여유로운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올 때쯤 시오름을 오르기 시작했다. 가뜩 쌓인 낙엽을 밟고 산등성이를 올라가는 길은 등산로라기보다 고지점령이 떠오르면서 왜 시오름이 쉬어간다는 뜻을 가지게 되었는지 생각나게 했다. 한 식경이 채 안 되게 올라 도착한 시오름 끝에서는 한라산 정상이 한눈에 들어왔다.

왼쪽부터 겨울딸기, 나도수정초.
내내 구름에 감췄다가 살짝 모습을 드러내는 한라산 정경을 보면서 탐방객들은 연신 감탄사를 쏟아냈고, 그 모습을 사진에 담아내느라 여념이 없었다.

시오름을 내려와 오색 단풍으로 물든 악근천 에서 점심을 먹고, 간단한 자기소개 시간을 가졌다. 탐방객 대부분이 마지막 에코투어라 아쉽다는 말과 함께 내년에도 하지 않느냐는 질문이 많았다. 특히 이번 투어에는 70대의 어르신들이 여럿 참여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어머니와 함께 여러차례 에코투어에 참가했다는 이은정(제주시 용담동)씨는 "봄, 여름, 가을을 에코투어와 함께 보람차게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며 "차수마다 계절의 변화를 직접 느끼고 새로운 분들의 소감과 이야기를 들으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이 처음 참가라는 정옥순(서귀포시 안덕면)씨는 "모임에 가입해 시오름도 자주 다니고 하는데 이런 코스는 생각지도 못한 처음 가본 코스라 매우 재미있었고, 정말 내 스타일에 딱 맞는 여행을 이제야 찾은 것 같다"면서 "이번이 첫 참가인데 15회 마지막이라는 게 너무 안타깝다"고 소감을 밝혔다.

하천길을 따라 내려오면서 마지막 코스인 치유의 숲에 들렀다. 종착지가 가까울수록 아쉬움 탓인지 잠시 걸음을 세우거나 쉬면서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탐방객들은 이번 투어가 가장 여유롭고 무난한 코스였다면서 내년을 기약하자고 다짐하면서 약 8개월간의 '2017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가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한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