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13)북오름 앞~숲길~목장길~곶자왈~목장길~전세미못~웃바매기오름~곶자왈~목장길~숲길~농로길~웃못연못

꽃이 진 자리에 빨간 열매 ‘빼꼼’… 깊어가는 가을 실감

손정경 기자 / jungkson@ihalla.com    입력 2017. 10.19. 00:00:00

긴 황금연휴에도 제주 숲을 찾는 탐방객들의 에코투어 여정은 계속됐다. 가을 억새밭을 지나고 있는 탐방객들강희만기자
긴 연휴 끝자락 제주 숲길서 빛깔있는 힐링
하나둘 여무는 다양한 10월의 열매 볼거리

장장 열흘간 이어진 황금연휴의 끝자락, 긴 연휴가 끝나가는 아쉬움을 제주 숲길서 떨치려는 이들이 아침 일찍부터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지난 7일 진행된 열세번째 '2017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의 여정(북오름 앞~숲길~목장길~곶자왈~목장길~전세미못~웃바매기오름~곶자왈~목장길~숲길~농로길~웃못연못)은 제주시 구좌읍 북오름을 출발해 곶자왈을 지나는 코스로 진행됐다. 탐방객 모두는 명절 피로를 다 풀고 가자고 서로를 다독이며 탐방을 시작했다.

북오름 입구로 들어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코끝으로 알싸한 초피나무 열매 향이 짙어졌고 키 큰 나무들이 햇빛을 가려줘 시원한 바람을 벗 삼아 거닐기 딱 좋았다. 에코투어 길잡이를 맡은 이권성 제주트레킹연구소장은 "오늘 걷는 길은 일반적으로 산행을 하는 코스는 아니지만 곶자왈의 진귀한 열매들을 만나기 더없이 좋은 길"이라고 이날 코스에 대해 설명했다. 그의 설명처럼 사람의 흔적이 덜한 길목이어선지 얼마간은 키가 커 축 늘어진 고사리잎 사이를 헤집으며 숲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에코투어는 잘 다져진 길 외에 숲길 코스를 찾아 나아가는 즐거움이 있다. 탐방객들이 숲길을 헤치며 곶자왈을 지나고 있다
오르막을 오르며 숨이 조금 가빠질 때쯤 한 탐방객이 긴 나뭇가지를 주워들어 한 나뭇잎 사이를 툭툭 찔렀다. 잠깐 걸음을 멈추고 그의 곁에 서자 제철을 맞아 잘 익어 벌어진 으름을 하나 따서 건넨다. 흙을 대충 털어내고 한입 물어 맛을 본다. 달짝지근한 가을이 입안 가득 퍼진다.

빗물을 머금어 조금은 미끄러운 숲길을 얼마간 걸어 들어갔을까. 가느다란 나뭇가지 끝자락에 매달린 빨간 말오줌때 열매가 보인다. 봄에는 하얀 꽃이 폈던 자리에 빨간 가을이 자리 잡았다. 그 옆 나무에는 항암효과와 면역증진 효과로 유명한 하얀빛깔의 잔나비걸상버섯이 자라고 있다. 이 소장은 “잔나비는 원숭이를 말하는데 버섯 크기가 원숭이가 앉을 정도로 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며 “열대지방에서는 아주 큰 크기로 자라는데 사람이 올라서 밟아도 부서지지 않을 만큼 단단하다”고 말했다. 목장길에 들어서자 푸른 풀밭을 자유롭게 거닐고 있는 말 무리와 마주친다. 탐방객 몇몇은 조심스레 곁으로 다가가 사진을 남기기도 했다.

전세미못에 도착해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 연못 위로 물옥잠, 어리연 등이 눈에 띈다.
“여기가 전세미못입니다.” 어느덧 코스의 중반이었다. 큰 연못인 전세미못 위로는 물옥잠, 어리연 등이 눈에 띄었다. 어리연은 제주도 습지나 연못에서 자라는 다년생 수생초로 물 깊이가 낮고 잘 고여 있는 양지바른 곳에서 자란다. 줄기는 매우 가늘며 꽃은 하얀색이다. 꽃잎 주변으로는 가는 섬모들이 촘촘히 나 있었다. 이 소장은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물 위로 눈이 떨어진 것처럼 하얀 어리연꽃이 장관을 연출했는데 지금은 많이 저버려 아쉽다”며 다음 코스로 걸음을 옮겼다.

숲길에 취해 걷다 보니 어느덧 조천읍으로 넘어와 있었다. 오름이 밤알 모양으로 생겼다는 데서 이름이 유래한 웃바매기오름이었다. 오름 남동쪽은 뾰족한 정상을 이루고 있고 북동쪽으로는 벌어진 말굽형 화구가 보인다. 화구 아래쪽에는 센세미라는 샘이 있으며 비탈에는 해송도 듬성듬성 자라고 있다.

초피나무 열매.
청미래덩굴 열매
가막살나무 열매
이후 탐방객들은 곶자왈, 목장길, 농로길을 지나 돌아오기 위한 버스를 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버스를 기다리며 삼삼오오 모인 탐방객들은 그날 하루에 대해 “즐겁게 연휴를 마무리할 수 있어 행복했다”고 입을 모았다.

추석연휴 기간 제주의 숲길을 돌아보려 대전에서 왔다는 부부 이현영(64)·이훈자(62·유성구 전민동)씨는 "올레길처럼 깔끔하게 정돈돼 걷기 편한 길은 아니었지만 둘만 왔다면 가볼 수 없었을 특별한 길을 다녀온 거 같아 기억에 오래 남을 듯 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전라북도 전주에서 10일간 제주여행을 왔다는 한 탐방객은 “전문가의 설명과 함께 제주를 걸어볼 수 있는 에코투어에 계속 참가할 수 있는 제주도민들이 부러울 만큼 제주풍광을 만끽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간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21일 열리는 제14차 에코투어는 번영로~비치미오름~개오름~농로길~천미천~성읍저수지~억새밭길~목장길~영주산~성읍마을 코스로 진행된다.

한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