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건강한 제주](2) 부끄러운 자화상

제주가 바뀌어야 아이들이 건강해진다

강시영 기자 / sykang@ihalla.com    입력 2017. 07.11. 00:00:00

그릇된 생활문화 비만 조장 짧은 거리도 자동차 등하교
지역사회 리더들 관심 낮아 "핵심 현안과제로 인식해야"


WHO(세계보건기구)는 비만을 21세기 최대 공중 보건과제로 삼고 성장기 비만에 보다 더 집중하길 촉구하고 있다. WHO 마가렛첸 사무총장(의학박사)은 'WHO 아동비만근절대책위원회'에서 "각 국가는 아동 비만이 지속발전에 중대한 걸림돌이라는 긴급한 위협사안으로 여기고 국민을 설득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동비만은 생활문화 병리현상의 총화로 나타난다. 생활문화가 심각하게 병들어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기에 생활문화를 바꾸지 않는 한 해결할 방법이 없다. 생활문화를 바꾸려면 제주도, 교육계, 의회가 중심에 서고 도민이 적극 협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제주발전을 위한 주요 정책이자 정치적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제주건강운동본부(준)는 지난해 11월 도민토론회에서 이런 문제 제기를 하며 건강 제주를 위협하는 병든 생활문화와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제주인의 가치관과 생활문화, 그리고 정책은 여전히 매우 더디게 변하고 있으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머지 않은 시기에 '질병의 섬'으로 전락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 실상을 소개한다.

▶병든 제주 생활문화 살펴보기=신체활동은 어떤가. 광양로터리에서 중앙로까지 걸어갈 거리라고 생각하는 초등학생이 거의 없고, 이 정도 거리도 부모가 자동차로 등하교 시킨다. 한여름 더위를 이기기 위해서는 적절하게 땀을 흘려야 하는데, 어른부터가 그런 생각이 없다. 놀이터에는 아이들이 없고 놀이기구만 덩그러니 있어도 신경 쓰는 사람이 적다. 유초중학생의 방과후 활동조차 실내 중심이지만 문제 제기하는 교원이나 부모가 별로 없다.

오름과 바다와 올렛길에는 제주의 아이들은 별로 없고 관광객으로 넘친다. 아이들 건강문제는 첨예한 정치 문제인데 이해가 부족하다. 급격한 사회변화에는 관심이 많고 사회변화의 최대 병리현상인 아이들과 도민 건강에는 별 관심이 없다.

▶성장기 비만을 조장하는 부끄러운 시선=유아에 대해 부모는 자녀 편식에 너그럽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아동 비만을 주요 과제로 다루고 있지 못하다.

초등학생의 경우, 부모는 교과 과정에서 과도하게 몰입하며 신체활동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초등학교 1~3학년때는 신체활동을 극히 제약하다가 고학년이 되면 비만을 걱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비만한 고학년 학생은 자신의 비만도를 낮추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올바른 방법을 잘 모른다.

중고등학생에 대해 부모는 자녀에게 살을 빼라고 강요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올바른 방법을 잘 모른다. 학생들은 살을 빼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지만 거의 대부분 실패한다. 각종 다이어트 약물을 사용해 건강을 망치는 경우도 있다.

비만 문제는 제주를 이끌고 있는 리더의 관심 사항에서도 멀다. 가정의 몫이라고 생각하며 방치하기도 한다. 보건소에서 아이들 비만을 관장하는데 보건소 공무원만 혹사할 뿐 가능한 일이 아니다. 교육청의 예산 인력은 부족하다. 학교를 추동하고 있지만 지금 상태로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성장기 비만의 문제점=개인에게는 각종 생활습관병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자아 정체성 확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키가 덜 자라고 생식기능을 교란한다. 성인병과 같은 각종 생활습관병 유병률도 높아진다.

장기적으로는 사회 복지비용을 늘리고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 발전에 위협 효소로 작용한다. 성장기 비만을 방치해 시간이 흐르면 부모가 노년에 자녀 질병을 간호해야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진다. <특별취재팀=강시영 선임기자 백금탁·홍희선기자>



도시국가 싱가포르 ‘아동비만 줄이기’ 총력


일본 도보통학 일상화… 미국은 백악관 주도로


제주는 아동 비만율이 전국 최고 수준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동비만이 여타 만성질병을 높이는 기본 척도 역할을 한다는 과학적 이해가 모자랐기에 소홀하게 다루어 왔다"고 지적한다. 도민 건강실태 토론회에서는 외국의 사례도 소개됐다.

전 세계에서 2010년까지 아동 비만을 낮춘 대표적인 나라로 도시국가인 싱가포르가 꼽힌다. 싱가포르는 정부가 중심이 되어 1992~2007년 '아동 비만 줄이기 맞춤형 프로그램'을 학교를 중심으로 운영해 약 15%의 아동비만을 2010년까지 10% 수준으로 낮추었다. 하지만 2015년 비만율이 2% 정도 높아져 이 프로그램을 더 강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그만큼 아동 비만을 낮추는 일이 어려운 일이다.

일본의 경우, 초등생 경도비만 이상 비만율은 5~7% 수준이고, 중고등학생은 약 8~10% 수준이다. 일본의 초중고생은 3㎞가 넘지 않으면 자전거 통학조차 금지하고 도보통학이 일상화돼 있으며, 휴대전화를 갖고 등교하지 못하며, 식생활에도 절도를 중요시한다.

비만 천국이라는 오명을 갖고 있는 미국은 2010년부터 아동 비만을 백악관의 주요과제로 가져갔고, 2012년부터 유아 비만이 낮아지기 시작했으나 여전히 어려운 과제로 남아 있다. 강시영 선임기자

한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