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로 가는 길 제주의 준비와 대응은](10)[제3부. 장수의 섬, 고령친화도시로(3)제주는 무엇을 준비하나]

"도내 노인 실태 파악 고령친화적인 정책 등 제안"

김지은 기자 / jieun@ihalla.com    입력 2017. 06.07. 00:00:00

어르신 정책 모니터링단 제주연구원서 시범 운영

고령친화도시 조성 첫걸음 매월 다른 주제 세워 활동

평가 바탕으로 정책 제안도




"게이트볼 경기장의 실내 조도가 맞지 않아 공이 잘 안 보인다고 하더군요." "도서관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노인들이 이용하기에는 너무 높습니다." "나이가 들면 주차가 어려워지는데, 장애인이나 임산부뿐만 아니라 노인까지 포괄한 교통약자 주차 구역이 확대됐으면 합니다."

 지난 3일 제주연구원에서 열린 '제주 고령친화도시 조성을 위한 어르신 정책 모니터링단'(이하 모니터링단) 5월 월례회의. 지난 한 달간 제주종합경기장, 한라도서관, 제주도청 등 도내 공공 기관과 시설을 둘러본 모니터링단 위원들은 이 같은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접근성, 안전성, 이용 편의성 등의 기준을 두고 평가를 진행했다. 노인은 물론 장애인, 임산부 등이 이용하는 데 불편한 점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위원들은 조별로 평가한 내용을 토대로 개선 사항에 대한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어르신 정책 모니터링단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지난 3일 제주연구원에서 열린 '제주 고령친화도시 조성을 위한 어르신 정책 모니터링단'5월 월례회의 모습.
 제주를 고령친화도시로 조성하기 위한, 사실상 첫 걸음이다. 앞서 제주연구원은 지난 4월 모니터링 위원을 모집하고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어 같은 달 28일 세계보건기구(WHO)에 고령친화도시 국제네트워크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다.

 모니터링단은 노인을 넘어 전 세대가 함께 살기 좋은 도시인 '고령친화도시'에 다가서고 있다. 모니터링단 위원인 김익수씨는 "제주가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곳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청정을 유지하면서도 노인만이 아닌 남녀노소 모두의 삶의 질이 높아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고령친화 정책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모니터링단은 도내 65세 이상 노인 27명(제주시 14명·서귀포시 13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오는 12월까지 매달 다른 주제로 활동하게 된다. 첫 달에는 공공 기관·시설을 모니터링 한 데 이어 이번 달에는 제주지역 노인들의 취업 실태 파악에 나설 예정이다. 이들은 설문조사·인터뷰 등을 통해 노인 세대의 일자리 만족도, 근무환경 등을 조사하게 된다.

 위원들은 매달 활동이 끝나면 한 자리에 마주 앉는다. 그동안의 활동을 공유하기 위해서다.

 제주시와 서귀포시에서 각각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회의에선 노인들이 처한 문제를 풀 방안에 대한 논의가 오고 간다. 제주연구원은 올해 모니터링단 시범 운영을 거쳐 내년 활동 계획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제주연구원 고령사회연구센터 이서연 전문연구원은 "고령친화도시 국제네트워크에 가입하고, 그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선 정책 입안 과정에 노인들의 참여 여부가 중요하다"며 "올해 모니터링단에서 나온 의견을 모아 내부 검토를 거친 뒤 실제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은기자 jieun@ihalla.com



건강하고 활기찬 100세 시대 준비



2015년 고령친화도시 조례 제정…작년 실행계획 40개 과제 제시
실버주택 공급·저상버스 확대…도정 리더십·민관 협력 시험대


제주 고령친화도시 프로젝트는 2015년 8월 '고령친화도시 구현을 위한 노인복지 기본조례' 제정으로 분수령을 맞는다. 이 조례에는 도지사의 책무와 기본계획 수립을 비롯해 노인복지정책, 고령친화도 평가, 전문인력 양성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조례 제정에 앞서 제주연구원 고령사회연구센터를 중심으로 기초연구(2011), 미국 버지니아텍 주립대와의 MOU 체결(2013), 서울시복지재단 고령친화도시 연구조사팀과의 협력체계(2013), 제주형 고령친화산업 연구(2013), 제주지역 고령친화도 평가연구(2014) 등으로 기초를 다졌다. 2015년 3월 제주연구원은 '세계고령친화도시 네트워크(GNAFCC)' 가입 프로젝트를 도지사에게 보고했다. 버지니아텍 주립대와는 2013년부터 3년 연속 국제학술세미나를 가졌다. 조례 제정 후에는 제주 고령친화도시 가이드라인 개발연구(2015), 거버넌스 체계 구축 연구(2016)가 잇따랐다.

제주도는 지난달 23일 제1기 노인복지정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강경민기자
▶고령친화도시 실행계획 무엇을 담았나=제주 고령친화도시 조성을 위한 실행계획이 수립된 것은 2016년이다. 이 계획은 제주를 고령친화지역으로 조성하기 위한 핵심가치와 비전, 목표, 전략과제를 두루 담고 있다. 제주 고령친화도시의 비전을 '건강하고 활기찬 100세 시대, 제주고령친화도시'로 삼아 도민 모두가 건강하고 활기차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으로 내세웠다. 안전하고 편안한 거주생활환경, 안정되고 활기찬 노후생활 기반, 사회통합, 사회 주체들 간의 협력과 연대를 목표로 정했다. 이의 실행을 위한 전략과제를 제시한 것이 특징이다.

제주 고령친화도시 조성을 위한 실행계획은 모두 40개다. 이 가운데 제주도에서 기존에 실시해오던 정책을 유지·보완하는 사업 22개, 새롭게 개발된 사업 18개로 구성됐다. WHO가 고령친화도시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고령자 배려 8개 영역과 관련해 33개, 제주지역 특성을 반영한 과제 2개, 고령친화정책 유지·관리를 위한 과제 5개 등으로 짜여져 있다.

WHO 8대 영역에 해당하는 신규과제로는 실버주택 공급, 인생 이모작센터 설치, 고령자 친화기업 육성, 노인취업교육센터 운영, 노인인권 감수성 척도개발 조사, 세대통합 프로그램 개발 운영, 가족수발자 힐링 프로그램 개발 등이 포함돼 있다. 기존사업으로는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 저상버스 확대, 경로당 기능 강화, 노인 생산품 판매 활성화, 치매노인 가족 관리 사업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외에 제주지역 특성을 반영한 과제로 고령친화관광, 5060 자원봉사 해피콜센터가 있다. 고령친화정책 유지·관리를 위해서는 중고령자 실태조사, 모니터링, 그리고 각종 협의회를 운영하는 과제가 포함돼 있다.

▶어르신 모니터링단·자문기구 발족=제주도가 WHO(세계보건기구) '세계고령친화도시 네트워크(GNAFCC)' 가입 신청을 전후해 구체화한 것이 어르신 모니터링단과 도지사 자문기구인 노인복지정책위원회다. 어르신 모니터링단은 또래집단이나 노인복지 관련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하거나 주요 기관과 시설을 돌아보며 고령 친화도를 모니터링하는 역할을 한다. 활동 내용을 기반으로 제주도에 노인복지 관련 정책을 제안하게 된다. 서울시가 여러 노인종합복지관에 각 5명씩 모니터위원을 두고 설문 또는 인터뷰 조사와 결과를 정리해 발표하는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지난달 23일에는 연구 기관, 학계, 의료 기관 등 위촉직 전문가 10명과 당연직 공무원 2명으로 구성된 제1기 노인복지정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 위원회는 관련 조례에 따른 것으로, 노인복지 및 고령사회 기본계획 수립, 연도별 시행계획 수립, 정책 조정·평가, 고령친화도시 조사·연구 등 고령친화도시 구현을 위한 노인복지정책 심의·의결을 전담한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출범식에서 "노인들이 편히 살 수 있도록 대중교통, 주택, 도시정비, 장애인복지, 건강증진, 문화예술 등으로 사회 인프라를 구축할 것"을 다짐했다.

어르신 모니터링단과 노인복지정책위원회에 이어 도청과 관련 부서 간 협업을 위한 고령친화도시정책실무협의회를 발족시킬 예정이다. 고령친화도시 정책을 노인사회부문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협력과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노인, 시니어클럽, 평생교육원, 언론, 요양원 등으로 구성된 민간 중심의 협력네트워크가 요구된다. 제주연구원 고령사회연구센터 고승한 박사는 "고령친화도시는 도정의 리더십과 함께 민간과 행정 간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