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로 가는 길 제주의 준비와 대응은](9)[제3부. 장수의 섬, 고령친화도시로(2)선진 도시는 어떻게 하나]

거리 곳곳에 쉼터용 벤치 전용버스·인력거도 가동

강시영 기자 / sykang@ihalla.com    입력 2017. 06.06. 00:00:00

건물·주택·교통·건강 등 고령친화도시 8개 기준 적용

지역 특성에 맞는 정책 도입 건강하고 활기찬 노년인프라


미국은퇴자협회(AARP)가 2015년 펴낸 고령친화 리포트(지역사회 활성화)는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16개 도시의 사례를 연구한 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우선 고령친화도시를 위한 8개의 영역과 과제를 소개하고 있다. 8개 기준영역은 외부공간·건물, 교통, 주택, 사회참여, 존중·사회통합, 시민참여·고용, 의사소통·정보, 지역사회지원·보건에 관한 것이다. 영역마다 고령친화도시를 조성해 나가기 위해 점검해야 할 항목들이 제시돼 있다. 각 도시가 고령친화도시 조성과 관련된 실행계획을 수립할 때 기본 지침으로 삼아야 하는 내용들이다.

AARP 보고서에 따르면 외부공간과 건물의 경우 거리, 야외 휴식공간, 접근 가능한 건물(엘리베이터나 난간이 있는 계단 등)을 모든 연령층의 사람들이 사용하고 누릴 수 있도록 한다. 교통 분야는 자동차가 없어도 외출하는데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아야 한다. 대부분의 고령자는 자신이 살던 곳에서 노후생활을 이어가길 원한다. 주택의 적절한 설계나 개조가 이뤄지고 지역사회가 지원한다. 고립감은 접근이 용이하고 경제적 부담이 적고 흥미로운 사회활동이 마련될 때 방지될 수 있다.

 세대통합활동은 젊은 층과 노년층이 서로를 배우고 각자의 재능을 존중하고 동시에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고령친화적 지역사회는 원하는 고령자들에게 유급일자리, 자원봉사, 사회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보건서비스가 강조된다. 본질적으로 의료서비스에 대한 거주자들의 접근성과 경제적 부담이 적어야 한다.

 제주연구원 부설 제주고령사회연구센터 고승한 센터장은 "모든 국가와 지역사회는 각기 고유한 특징을 가지고 있으므로 고령친화도시 정책을 이행하면서 겪게 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특성과 문화적인 독특함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프랑스 리옹시가 노인들을 위해 도입한 인력거.
  영국의 고령친화도시는 주거공간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인다. 미국은 지역사회를 더 살만하고, 산책할 만한 곳으로 만드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지역의 대중교통, 사회 기반시설, 편의시설 이용을 쉽게 하는 것이다.

 서울시복지재단 정은하 연구위원은 '해외의 고령친화도시 정책사례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고령친화도시 8개 영역별로 해외 실천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짧은 거리의 보행도 어려워지는 노인들을 위해 거리 곳곳에 쉬어갈 수 있는 벤치를 설치하는 사업이 고령친화도시를 지향하는 도시들 사이에서 자주 이루어지고 있다.

 편리한 교통 환경은 고령친화도시가 지향하는 활기찬 노년생활 실현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노인전용버스(미국 브루클린)'나 '택시 바우처(미국 뉴욕)' 등의 사업을 운영하기도 한다. 노인전용버스는 낮에 스쿨버스 등을 이용해 노인들을 인근의 상점이나 의료기관으로 이동시켜주는 서비스이다. 택시바우처는 지역사회 내에서 기금을 조성하고, 이 기금으로 일정한 소득수준을 넘지 않는 노인이 택시를 이용하고자 할 때, 할인된 가격의 택시쿠폰을 구입하여 이용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 외에 노인의 근거리 이동을 위해 '인력거'와 같은 혁신적 교통수단을 별도로 운영하는 곳(프랑스 리옹)도 있다.  강시영 선임기자



노인이 행복한 도시로 바꾼다

보도 넓히고 벤치와 쉼터…대학생과 고령자 세대 '동거'
요양시설에 대학생 월세 할인…노인에게 쇼핑차량 지원도
스페인은 낙상전문병원 운영…해외사례 통해 정책방향 수립


▶노인이 편한 공원으로=미국 태트널 스퀘어 파크는 조지아주 메이컨의 중심에 위치한 공원이다. 이 공원은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AARP는 공원 주변 지역사회의 보행친화성, 거주적합성 및 고령친화도를 평가했다. 결과보고서는 지역정부를 포함한 핵심 관계자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공원과 인접 도로 개선방법에 관한 조언을 제공했다. 그 결과 보도의 폭을 넓히고 평탄하게 만들어 고령의 보행자나 유모차를 끄는 보행자들이 더욱 편리하게 보행하도록 만들었다. 공원에는 새로운 벤치와 휴식공간, 그리고 분수형 식수대를 배치했다. 이렇게 재활성화된 공원은 이제 모든 연령층이 방문하고 즐기는 아름다운 공공장소로 변모했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 시민들은 보다 나은 자신들의 삶을 위해 거리로 나섰다. 3명 이상의 다세대로 구성된 팀을 이루어 시의 무료 모바일 앱을 이용해 망가지거나 울퉁불퉁한 보도, 길을 건너기에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교통신호, 그리고 고령자나 장애인들은 물론 일반 보행자에게도 불편함을 야기하는 문제들을 보고해 개선을 이끌어냈다.

뉴욕시의 벤치 및 버스정류장 쉼터 개선 프로그램은 지난 10년 동안 1500개의 새로운 벤치를 설치하고 3500개의 버스정류장 쉼터를 새로 설치하거나 개선해 바람이나 눈, 비로부터 승객을 보호하고 있다. AARP는 이 사례를 기다림의 경험을 탈바꿈시킨 사례로 평가했다.

텍사스주의 브라운즈빌은 안전하고 사교적인 거리 만들기로 호평을 받고 있다. 브라운즈빌 도심의 수 마일에 달하는 거리는 1년에 최소 4회 이상 차 없는 거리로 조성되어 시민들이 함께 모여 자전거 타기, 걷기, 조깅, 댄스 등을 즐길 수 있다.

▶세대간 동거=고령친화도시는 노인이 자신이 살던 지역에서 자립적으로 살아가기에 편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필요한 경우 다양한 지역사회 자원을 동원해 집수리 공사를 지원해주는 경우(독일 레겐스부르크)도 있다. 프랑스 리옹은 '세대간 동거(Intergenerational Living)'의 모델이다. 고령자를 위한 12개 요양시설은 대학생들에게 할인된 월세를 받고 이사를 와줄 것을 요청했다. 대신 학생들은 시설에 거주하는 노인들의 말동무가 되어 주는 것이다. 리옹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12개 시영 노인시설에는 약 1000개의 아파트가 마련되어 있다. 이 중 약 100개 아파트는 학생들을 위한 공간으로 마련되어 있다. 노인들과 젊은이들 모두 세대간 동거가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고 확신한다.

영국 맨체스터의 사례는 고령친화문화 제안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동기는 노인들이 문화활동이나 사회활동에 참여할 기회가 적기 때문에 이들이 느끼는 고독과 소외감을 해소하는 것이었다. 문화 프로그램은 '나이 듦에 관한 긍정의 스토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평가다.

여가활동을 위해서는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사회활동을 독려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영국에서 시작된 '제3기 인생대학'이다. 지역사회에 밀착된 소규모 시설이나, 노인이 있는 곳에 찾아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아웃리치(out-reach) 서비스(캐나다, 런던)는 노인 접근성을 높이고, 참여 노인들의 선호를 분명히 반영하여 유동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례다.

▶건강하고 활기찬 노년=노인 건강은 노인의 자립적인 생활과 활기찬 노년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다. 자신의 건강을 돌볼 수 있도록, 노인에게 쇼핑 차량을 지원해주거나 채소노점상 운영을 지원하는 경우가 있다. 보다 직접적인 내용으로는 낙상 예방과 관리에 대한 접근이 최근 들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낙상은 노인의 건강생활을 위협하는 가장 큰 돌발 요소인 만큼 예방과 사후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그러한 측면에서 많은 도시에서 예방을 위한 안내서(미국 뉴욕, 아일랜드)를 발간하여 배포하거나 낙상전문병원(스페인)을 운영하기도 한다.

고령친화도시 해외사례 보고서를 낸 서울시복지재단 정은하 연구위원은 "해외사례에 대한 탐색을 통해, 우리 사회가 수행해나가야 할 바람직한 정책 방향과 실행 방안에 대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특별취재팀=강시영 선임기자, 김지은·송은범·양영전기자, 고령사회연구센터=고승한 박사, 이서연 전문연구원>

한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