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청년정책 어떻게 할 것인가](2)도내 취업준비생의 오늘

경제적 부담에 도전조차 못해…
"청년들이 꿈꿀 수 있는 사회를"

김지은 기자 / jieun@ihalla.com    입력 2017. 04.27. 00:00:00

제주청년네트워크가 지난 1월 연 '제주청년 기본소득 토론회'에서 청년들은 '한달에 오십만원이 보장된다'는 가정 아래 하고 싶은 일을 메모지에 적어냈다. 이 안에는 '집세'를 해결하겠다는 현실적인 생각부터 '여행', '연애' 등을 하고 싶다는 바람이 담겼다.
불안정 고용 구조에 저임금
미래 불안 늘어나는 '공시족'
취업 준비 장기전 부담 백배
자기소개서 작성도 '공포증'

"서류부터 통과하기 어렵다 보니 '자소서 포비아'(자기소개서 작성 공포증)가 남의 일이 아니더라고요." 취업준비생 김선호(29·가명)씨는 간호학 전공을 살려 한 공기업에 지원했지만 높은 벽을 실감했다. 첫번째 도전에선 서류 전형까진 통과했지만 두번째엔 그마저도 넘지 못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을 절실히 느꼈다. 김씨는 "서류가 언제 붙을 지 장담할 수 없어 1년 계약직으로 일하면서 이력을 쌓기로 했다"고 말했다.

3년째 경찰공무원 시험에 도전 중인 강형민(26·가명)씨도 '기약 없는 합격'에 힘이 부친다.

부모에게 금전적 지원을 받는 상황은 이내 부담으로 돌아온다. 취업 준비가 '장기전'으로 치닫는 탓이다. 강씨는 "서울 노량진에서 공부할 때는 고시원비, 학원비 등으로 한달에 평균 100만원이 들었다"며 "제주에 내려온 지금도 독서실, 인터넷 강의 등에 매달 50만원 정도가 들어간다"고 했다.

취업을 앞둔 도내 청년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을 안고 산다. 졸업과 동시에 일자리를 얻어도 불안한 고용 구조, 낮은 임금 등에 웃을 수 없다. 이러한 고용 구조의 문제는 '공시족'(공무원시험 준비생)을 양산할 수밖에 없다. 오는 6월에 치러지는 제주도 지방공무원 임용시험에는 374명 모집에 3976명이 지원했다. 응시자 수로는 도제 시행 이후 최대 인원이다.

청년들은 제대로 꿈 꿀 수 있는 사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경제적 부담에 떠밀려 도전조차 못하는 현 상황에 대한 자조 섞인 목소리다. 제주에선 청년단체들이 손잡고 자신들의 삶을 위한 정책을 고민하고 나섰다. '제주청년네트워크'는 행정이 일방적으로 수립하는 정책으론 청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얘기한다. 이에 청년이 일하기 좋은 제주, 기본 소득으로 살아가기 등을 화두로 던진다.

고용 불안·저임금·경제적 부담 호소

청년 고용률 70% 통계일뿐…상용근로자는 절반 갓 넘어
안정성 좇아 '공시족' 합류…졸업 후 취업까지 1년 넘어
취준생 1년 생활비 600만원…알바·부모도움 기댈 수밖에

수치만 놓고 보면 제주지역 청년들의 상황은 나은 편이다. 도내 청년층의 고용률은 전국 평균보다 높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1~3월 도내 20~29세 7만1000명 중 경제활동인구는 5만4000명으로, 경제활동 참가율이 75.1%를 기록했다. 고용률은 70.0%에 달했다. 이는 전국 평균(경제활동 참가율 63.8%·고용률 56.9%)을 크게 웃돈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씁쓸해진다. 일자리가 불안정한 탓이다. 제주도의 '2015년 제주도민 일자리 인식 실태조사'를 보면 도내 청년층(만 19~34세) 취업자 중 '상용근로자'는 54.3%에 그쳤다. 나머지는 고용이 불안한 '임시근로자'(26.8%), '일용근로자'(8.5%)였다. 도내 사업체(5만3897개, 2014년 기준) 10곳 중 8곳 이상은 5인 미만의 직원을 둘 정도로 영세하다. 이런 상황에선 안정성을 좇아 '공시족'에 합류할 수밖에 없다. 같은 조사에서 청년 비취업자의 20.5%가 '공공행정' 업종에 취업을 희망했다.

임금도 기대에 못 미친다. 청년 비취업자의 61.5%는 월 200만원 이상의 임금을 받기를 희망했지만 실제 이 액수를 받는 취업자는 28.3%뿐이었다. 청년 취업자의 절반이 넘는 53.9%가 100만~200만원의 월급을 받았고, 100만원도 못 받는 이들도 17.7%나 됐다.

대학 졸업장을 받은 청년들은 취업에 더 애를 먹는다. 눈높이를 맞는 일자리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대학정보공시 사이트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도내 대학 4곳(제주대·국제대·한라대·관광대) 본교의 취업대상자는 4481명인데, 취업에 성공한 졸업생(2452명·54.71%)은 간신히 절반을 넘겼다.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 보니 '공백기'는 길어진다. 도내 만 19~29세 청년이 최종학교를 졸업하고 첫 취업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12.2개월(전국 11.0개월)이다. 이에 대학에선 졸업생 미취업자까지 관리하고 나섰다. 제주대 취업전략본부 관계자는 "재작년부터 재학생은 물론 졸업생의 취업 상담 등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준비 기간이 길어질수록 청년들의 걱정은 커진다. 그 중 하나가 비용의 문제다. 취업준비생의 평균 생활비는 월 49만8000원(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조사)으로, 1년에 약 600만원이 들어간다. 아르바이트 등을 하지 않는 이상 부모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제주청년네트워크가 지난 1월 '기본소득'을 주제로 도내 청년들과 머리를 맞댄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청년들이 무언가에 쫓겨서 일자리를 찾기보다 당당하게 하고 싶은 것은 할 수 있는 사회적 구조에 대한 바람이 반영됐다.

취업준비생 김동희(27·가명)씨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만큼이나 경제적인 부담감이 크기 때문에 제대로 도전해 보기도 전에 눈앞에 닥친 상황만 해결할 수밖에 없다"며 "청년들이 조금 더 자신에게 집중하고 자신감을 찾을 수 있는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은·양영전 기자

"제주 청년정책, 진짜 청년 목소리 담아야"

청년네트워크 연대체로 구성…기본소득 등 토론 관심 높아
문제 공유하고 해결책도 고민


'청년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하면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 제주청년네트워크는 이런 물음에서 출발했다. 도내 4개 청년단체(제주청년협동조합·제주청년창업협동조합·제주폐가살리기사회적협동조합·제주청년문화예술발전회 '바람')가 우선 손잡았다.

제주청년네트워크는 그들이 마주한 문제를 함께 고민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문화예술로 먹고 살 수 있을까', '한달에 오십만원이 보장된다면', '청년이 일하기 좋은 제주' 등을 주제로 도내 청년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기본소득'이라는 개념은 생소했지만 관심은 컸다.

김우용 운영위원은 "기본소득 50만원이 보장된다면 주거비를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며 "당장 나에게 힘든 것을 도와줄 수 있다는 점에서 구체성을 띤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들이 농사나 문화기획 등 월급이 바로 나오지 않는 일에 도전하려고 하면 생계를 걱정해야 한다. 기본소득은 제주의 미래산업을 얘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제주청년네트워크는 청년들이 스스로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을 때 삶이 나아질 거라고 본다. 정부나 지자체가 각종 정책을 쏟아내지만 젊은 세대의 목소리가 담기지 않으면 변화가 있을 수 없다는 얘기다.

김 운영위원은 "제주청년네트워크가 시작된 것은 같이 목소리를 내고 이를 정책 등에 반영하기 위해서"라며 "더 많은 청년과 손잡고 함께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지은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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